내일은 어린이 날이죠.
어린이들 도로 안전을 위해 만들어진 '하준이법'이 잘 지켜지고 있는지 취재했습니다.
경사로에서 작은 고임목 하나가 얼마나 중요한지 다시 간다 우현기 기자가 보도합니다.
[리포트]
놀이공원의 주차장,
가족들이 타고온 차량 트렁크에서 짐을 내리려는 순간,
경사진 뒤쪽에 주차돼 있던 또다른 SUV 차량이 미끄러져 내려옵니다.
가족들은 두 차량 사이에 끼었고, 차량 범퍼 높이와 키가 비슷했던 3살 최하준 군은 머리를 부딪쳐 숨졌습니다.
사고 차량엔 주차브레이크가 채워져 있지 않았고, 경사에 흘러내림을 막는 고임목 등 안전장치도 없었습니다.
[고유미 / 최하준 군 어머니(지난 2019년)]
"고임목이라도 있었으면 하준이는 살아서 웃고 있었을 겁니다. 주차장법 개정안 꼭 부탁드립니다."
사고 이후 경사진 주차장엔 미끄럼 주의 표지판과 고임목을 반드시 갖추도록 하는 '하준이법'이 통과돼 지난해 6월부터 시행중입니다.
"3살 아이가 숨진, 놀이공원 주차장입니다.
지금은 주차시 고임목을 고정해 달라는 안내문이 붙었는데요.
지난해 말엔 주차장 경사를 없애는 평탄화 공사도 진행됐습니다.
[○○놀이공원 관계자]
"(주차장) 종단 경사도가 2%정도 있었다고 해요. 볼록한 부분을 다 깎아낸 거예요."
국토교통부는 지난 1분기를 기준으로, 경사진 주차장 1345곳 중 1340곳에 안전 설비를 설치했다고 밝혔습니다.
관리는 제대로 되고 있을까.
서울 동작구의 한 공영주차장, 경사로에 주차된 차량 5대 중 고임목을 한 건 1대뿐입니다.
고임목 함을 열어보니, 주차 면수에 비해 개수가 턱없이 부족합니다.
[동작구 관계자]
"겨울이 아니라서 저희가 자주 점검은 안하고 있었거든요. 14개씩 갔다놨는데 다 맨날 들고 가는거예요. 어쩔 땐 통까지 없어져요."
서울 종로구, 도로를 따라 조성된 주차장의 경우 경사도가 12%를 넘었습니다.
이 정도의 경사도를 가진 주차공간은 전국 곳곳에 있습니다.
그런데 1.9 톤 트럭 공차 기준, 20% 의 경사도까지 견디도록 주차 브레이크 시스템이 제작됩니다.
그런데 화물 1톤정도를 싣게 되면, 12% 경사도 견디지 못하고 미끄러져 내리게 됩니다.
짐을 실은 1.9 톤 트럭을 이 정도 경사면에 주차하는 것은 매우 위험하다는 얘깁니다.
[박성지 / 대전보건대 과학수사학과]
"주차 레버를 끝까지 안 당겼다든지 또는 짐을 실었다든지 그런 경우에는 주차 제동력을 신뢰할 수 없는 상태가 되는 거죠."
하지만 경고판과 고임목은 찾아볼 수 없었습니다.
[종로구 관계자]
"(고임목 설치하게끔 돼 있는데?) 그런 얘기는 못 들었습니다. 언제부터 시행되는 거예요?"
경사도가 8~9% 정도인 서울 남산 버스전용주차장도 상황은 마찬가지입니다.
"이곳 경사진 주차장엔 모두 21대를 주차할 수 있는데요.
보시다시피 고임목함은 1대 밖에 없고, 열어봐도 고임목은 5개밖에 없습니다."
[버스 운전기사]
"이 통 안에 무엇이 들어있는지도 몰라요. 사실 우리가 (고임목) 사용을 잘 안하고요."
도로에 고정된 고임목도 '있으나 마나'인 곳이 많습니다.
여기저기 나사가 빠져 고임목들은 시계바늘처럼 돌아가거나 떨어져 나와 있습니다.
[양천구 관계자]
"예상을 못한 부분이거든요. 타 제품으로 대체해야 하는지 결정 중입니다."
유족 측은 제2, 제3의 하준이 사고가 발생하지 않기를 바랄 뿐입니다.
[서성민 / 유족 측 법률대리인]
"고임목을 설치하고 끝이 아니라 어떻게 관리하는지에 대해서도 체계적으로 살피고 관리가 안 됐을 경우 제재하는 방법에 대해서도 고민을…"
'다시간다' 우현기입니다.
whk@donga.com
PD : 윤순용 박영미
작가 : 김예솔
그래픽 : 윤승희 여현수 이채민